전청명절(시집)
(1)
우연인가 필연인가
의도하지 않은 것인가, 우연인가
하늘 - 너의 얼굴
왜 이 계절엔 늘 찾아오나?
우울하게 울기 시작한다
지구 - 너의 마음
왜 알 수 없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걸까
온 땅이 뒤집힐 듯
(2)
바람 불고 있다
비가 내리고 있다
사람들은 늘 당황하고 비참하다
나는 묵묵히 서 있다
무덤더미 앞에
떠도는 영혼들 다 생각해보면
들었어
귀신처럼 울부짖고 활짝 웃는구나
목소리들이 다 훌쩍훌쩍이다 바람소리
(3)
황토더미인지
무덤 위에 외롭게 흔들리는 개꼬리풀인지 모르겠어요
바람과 눈에 씻겨가는 얼룩덜룩한 비문도 있어요
날카로운 검처럼
눈에 달라붙어
눈물을 뜨다 덕트
그래서
무의미하다
눈물이 입술과 이를 적셨다 - 쓰다
(4)
모두 무릎을 꿇고 예배를 드렸습니다
길은 진흙이지만
새 바지는 노란 진흙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
그들은 여전히 떠나지 않는 조각상과 같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
향초의 향기
폭죽의 포효
죽은 이들의 영혼을 애도하는 걸까요?
그렇지 않아요
그저 두 손가락으로 무덤을 다 파고 싶을 뿐이에요
그 영혼들이 숨쉬게 해주세요